로봇 관련 국내 최고기업 및 전문가 참여해 공용모델 개발
휴머노이드 핵심기술·모빌리티용 배터리 등 5대 과제 추진
2030년까지 R&D·펀드·M&A 등 1조원 이상 민관투자 기대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빅테크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2030년 글로벌 최강국을 목표로 대한민국의 드림팀이 뭉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안덕근 장관, 유홍림 서울대 총장 등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K-휴머노이드 연합(이하 연합)’ 출범식을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국내 최고의 기업, 대학 등 약 40개 단체가 협력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했으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1조원 이상의 투자가 기대된다.
AI 전문가 대다수는 생성형 AI에 이어 피지컬(physical) AI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차기 AI 전쟁터로 휴머노이드를 일제히 지목하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의 테슬라, 피규어 AI, 아마존, MS,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은 관련분야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 중이다.
유니트리, 유비테크 등 중국의 신생 기업들도 정부의 지원 아래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세계 경진대회에서 꾸준히 입상하는 등 기술적 잠재력은 있어도 미국, 중국 등에 비해 투자 규모나 인력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2024년 국제 로보컵에서 서울대·부산대와 한양대 팀이 2·3위를 차지하는 등 기술력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특허 건수를 살펴보면 중국이 5688건으로 1위였고, 미국(1483건)과 일본(1195건)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368건에 그쳤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빅테크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생태계 차원의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연합 출범을 계기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산·학·연이 가진 장점과 역량들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휴머노이드는 2025년 15억 달러에서 2035년 380억 달러로 10년 내 25배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산업 자체이기도 하지만, 우리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휴머노이드 최강국을 위해 산학연이 어렵게 뜻을 모아준 만큼 산업부에서도 최선을 다해 K-휴머노이드 연합을 지원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40여 국내 최고의 기업과 학교 동참…6개 전문그룹 형성해 드림팀 결성
로봇 AI 최강국을 향해 40개에 달하는 국내 최고의 기업과 학교들이 K-휴머노이드 연합에 대거 동참했다. 참여 기관들은 각자 전문 분야에 따라 ▲AI 개발 ▲로봇제조사 ▲로봇부품사 ▲로봇수요기업 ▲대학인재연합 ▲연구 및 전문가 등 6개의 전문그룹을 형성했다. 전문그룹 대표로 구성된 총괄위원회가 구성원간 협력 강화 및 의견 조율 등을 담당한다.
먼저 AI 개발그룹에는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소 소장을 중심으로 이승준 부산대 교수 등 로봇 AI의 최고 권위자로 구성된 드림팀이 결성됐다. 여기에 박재흥 서울대 교수, 박대형 카이스트 교수, 최성준 고려대 교수, 이영운 연세대 교수, 조민수 포항공대 교수, 이규빈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남창주 서강대 교수 등이 함께했다.
로봇제조사 그룹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모두 참여했다.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휴보’를 만든 연구진이 설립하고 최근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해, 15년 이상 휴머노이드 연구개발 경력을 가진 에이로봇, AI 비전검사 설루션을 개발해 미국 기업에 2억 달러에 매각한 경력이 있는 송기영 대표가 창업한 홀리데이로보틱스가 참여했다.
또 최근 미국 메타와 함께 촉각감지 로봇팔을 개발 중인 원익로보틱스와 네이버 양팔로봇 엠비덱스를 개발한 김용재 대표 등이 설립한 위로보틱스, 각종 국제 챌린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서울대 박재흥 교수가 설립한 블루로빈도 주요 멤버들이다.
이 외에도 로브로스, 엔젤로보틱스, 뉴로메카 등도 뛰어난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연합의 구성원이 됐다. 최근 휴머노이드 사업에 본격 진출한 두산로보틱스와 LG전자도 참여해 국내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의 인공지능 탑재를 위해 연합에 동참했다.
로봇부품사는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리벨리온, 딥엑스, 테솔로, 에이딘로보틱스, 로보티즈, 패러데이다이나믹스, 코모텍, SBB테크 등이 참여했다. 로봇수요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HD현대미포, 삼성중공업, CJ대한통운, 포스코이앤씨, 포스코홀딩스 등이다.

◆ 휴머노이드 HW 핵심기술 개발 및 전문인재 양성 추진
연합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자 첫 번째 과제는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로봇 AI를 개발하는 것이다. AI 전문그룹은 로봇제조사 그룹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2028년까지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많은 휴머노이드 기업이 하드웨어(HW)에 핵심 역량이 있는 만큼, AI 및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기업과 휴머노이드 기업간 협력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엔비디아가 CES 2025에서 발표한 로봇 개발 플랫폼(COSMOS)에 수많은 로봇 기업이 협력을 위해 줄을 서고, 미국 앱트로닉과 중국 유비테크 등 휴머노이드 기업이 구글·바이두 등 AI 빅테크와 협력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만의 로봇 AI 모델은 서울대 AI 연구소를 중심으로 카이스트,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최고의 AI 연구진들이 모여 함께 개발한다. 로봇 제조사 및 부품사 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로봇과 행동 데이터, 로봇에 AI 탑재 후 피드백 등을 AI 연구진에 지속 제공해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로봇 제조사, 부품사 기업들은 글로벌 최고 사양을 가진 휴머노이드 HW 개발을 위해 R&D에 집중 투자한다. 로봇 제조사들은 2028년까지 자체개발 또는 협력사업을 통해 가벼운 무게(60kg↓), 높은 자유도(50↑), 높은 페이로드(20kg↑), 빠른 이동속도(2.5m/s↑) 등 고사양의 로봇을 생산할 계획이다.
핵심 부품인 센서·액추에이터 등도 개발한다. 정교한 물체 조작이 가능한 힘·토크 센서, 손 감각을 구현하는 촉각센서, 가벼우면서 유연한 액추에이터(모터+제어기+감속기) 등을 로봇 제조사와 부품기업들이 협력해 개발한다.
산업부는 로봇 R&D·인프라·실증 등 예산을 활용해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전폭 지원한다. 특히 연합 내 2개 이상의 기업간 기술개발 협력과제에 대해 우선 지원한다. 산업부의 2025년 로봇 예산은 2000억원 규모로 향후 예산 증액을 위해 관계부처, 국회 등과 지속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또 로봇제조사 등이 휴머노이드 개발 과정에서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제공한다. 해당 인프라는 실제 산업현장과 유사한 실증공간, 영상·촉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상 시뮬레이터 등이다. 한국형 코스모스(엔비디아 시뮬레이터) 구축을 목표로 해당 사업은 올해 상반기 중 착수된다.

연합의 3번째 과제는 휴머노이드용 반도체, 배터리 개발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고성능·저전력의 온디바이스용 AI 반도체와 고밀도·장수명·고안전의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해외에서도 개발 관련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TSMC는 테슬라와 휴머노이드용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고, CATL은 휴머노이드용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에는 리벨리온·DEEPX(반도체), 배터리 3사(SK온·LG엔솔·삼성SDI) 등 분야별 전문기업이 참여해 연합 내 로봇기업과 공동 기술개발 등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산업부는 온디바이스용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대규모 R&D 사업을 추진한다. 산업부는 연합 출범을 계기로 로봇뿐 아니라, 인공지능, AI 반도체, 배터리, AI 컴퓨팅 등 AI 관련 유망산업도 본격 육성한다.
산업부는 연합을 통해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과 인재도 본격 육성한다. 최근 ‘딥시크 쇼크’의 주역이 20~30대 초반 인재들이었던 것처럼, 우수 인력은 휴머노이드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원동력이라는 판단에서다. 산업부는 유망한 연구소와 스타트업을 지속 발굴해 연합에 포함시키고, 이들의 창업과 투자 유치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를 위해 연내 휴머노이드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서울대·카이스트 등 국내 주요 20개 대학을 연합에 참여시켜 학부생들이 연합에서 진행되는 주요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 미래 휴머노이드 산업을 이끌어갈 우수 인재를 양성한다.
연합은 휴머노이드 기업과 산업현장에서 휴머노이드를 직접 활용하려는 수요기업 간 협력을 촉진한다. 휴머노이드 기업은 실제 로봇이 사용되는 생산현장에서의 학습 데이터와 실증이 반드시 필요하며, 수요기업은 생산성 향상·비용 절감·안전 강화 등을 위해 휴머노이드 도입이 불가피하다.
실제 테슬라는 자체개발한 휴머노이드(옵티머스)를 전기차 공장에 투입하면서 현장에서 사용될 로봇을 개발 중이며, 피겨(Figure) AI는 BMW와 협력을 지속하다가 최근 10만대 로봇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연합은 수요기업의 관심을 제고하고 필요한 정보 등을 수시 제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기술 세미나와 쇼케이스, 경진대회 등을 개최한다. 이를 통해 수요기업이 로봇기업의 기술력, 잠재력 등을 확인함으로써 공동기술 개발, 지분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로봇 공급-수요기업간 협력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로봇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해 제조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도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에 지원할 수 있으며, 선정된 협력과제는 정부의 R&D·금융 등 자금 지원을 받게 된다.